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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있는 자리마다 깊디 깊은 침묵이 있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있는 그곳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밀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와 머물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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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file 테스터 2016.11.23 448
11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file 테스터 2016.11.23 3
10 아무리 몸부림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정을 넘긴 길바닥에 앉아 file 테스터 2016.11.23 4
9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file 테스터 2016.11.23 4
8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file 테스터 2016.11.23 6
7 이것이 진정 외로움일까 다만 이렇게 고요하다는 것이 file 테스터 2016.11.23 4
6 마음 울적할 때 저녁 강물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file 테스터 2016.11.23 4
5 가장 여린 가지가 가장 푸르다. 둥치가 굵어지면 나무껍질은 딱딱해 진다. file 테스터 2016.11.23 6
»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file 테스터 2016.11.23 134
3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file 테스터 2016.11.23 132
2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꽃 지누나 file 테스터 2016.11.23 2
1 낮은 가지 끝에 내려도 아름답고 험한 산에 내려도 아름다운 새벽눈처럼 file 테스터 2016.11.2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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